경제초보추천 입문서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
오건영의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기」는 경제를 막 공부하는 초보들에게 적극 추천하는 책이다. 복잡하고 어려운 경제 흐름을 쉬운 비유와 친절한 설명으로 풀어놓아서 거침없이 읽어나갈 수 있다. 또한 일반 대중들이 궁금해할 만한 요소들을 잘 선정하여 친근한 말투의 문체로 적어 놓은 점이 책을 더욱 읽기 편하게 만든다.
인플레이션이 무엇이며, 어떻게 발생했는지, 어떤 역사를 가지고 있는지, 그에 맞서 인류는 어떻게 대항해 왔고 앞으로 우리가 풀어나가야 할 점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특히나 경제의 급변을 처음 맞이하는 2030 MZ 세대들에게 경제 전반의 흐름과 앞으로를 위해 준비해야 할 점들을 시사한다.
저자 오건영
신한금융그룹 자회사인 신한은행 WM그룹 부부장으로 투자 솔루션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글로벌 매크로 마켓, 매크로 투자 전략 수립 등의 일들도 하고 있다. 유브 채널 ‘신사임당’, ‘김미경 TV’, ‘스터디언’, KBS 라디오, MBC 등 각종 경제 미디어 채널에도 출연하여 거시경제 전문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오건영 작가 개인이 운영하는 페이스북과 네이버 카페는 9만 명이 넘는 팔로워와 회원들이 있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정보와 견해를 제공하고 있다. 출간한 책으로는 「부의 시나리오」, 「부의 대이동」, 「앞으로 3년 경제전쟁의 미래」가 있다. 서강대학교 사회과학부와 미국 에모리 대학교 고이주에타 경영대학원을 졸업했다.
인플레이션, 원인은 무엇인가?
인플레이션을 일으키는 요소는 굉장히 다양하고 복잡하게 얽혀있지만, 크게 미국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정책과 안일하게 대응했던 연준의 태도도 중요한 요소로 뽑힐 수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해 부족했던 수요가 정부지원금으로 인해 급격하게 늘어나면서 공급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해서 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그 외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로 인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이 있다.
2021년 초 바이든 정부가 약 2조 달러(약 2,000조 원)의 추가 부양책을 시행하려고 할 때, 전 미국 재무장관 로런스 서머스(Lawrence Summers)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를 하기도 했다. 로런스는 2조 달러라는 금액은 GDP 갭을 세 차례를 메꿀 정도로 큰 규모의 부양책이라며, 이와 같은 대담한 조처는 그만큼 신중한 리스크 검토가 필요하다고 일침 했다.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역사
경기는 확장(expansion)→후퇴(recession)→수축(contraction)→회복(recovery)의 네 가지 단계를 반복하면서 지속적으로 순환한다.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도 이 순환을 함께 따라간다. 1970년대 오일쇼크와 함께 성장은 둔화하지만 물가는 급격하게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이 있었고, 연준은 거침없이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리며 강한 긴축을 시행했다. 이로 인해 물가는 잡혔지만 성장이 크게 멈추었고, 이 상태는 2000년대 초까지 지속되었다.
2000년대 초 중국의 본격적인 글로벌 경제 성장을 위한 투자와 함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기 시작했고, 원자재 투자의 붐이 나타나기까지 했다. 심지어 농산물 가격까지 급등하는 에그플레이션이 나타나기도 했다.
그러나 저성장, 고물가의 부작용으로 경제 전반이 크게 휘청이면서 2008년 금융위기로 디플레이션이 오게 되었다. 미국은 2008년 1차 양적완화, 2010년 2차 양적완화를 시행하였고 이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겹치면서 또다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었다. 세계는 또다시 강한 긴축에 들어갔지만 예상과는 다르게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식어버리면서 그 후 오랜 기간 동안 저물가 · 저성장의 늪에 빠지게 되었다.
그 후로도 2015년, 2018년 인플레이션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연준은 즉시 금리 인상을 시행하고자 했지만 이에 대한 파급효과로 신흥국의 위기와 주춤하는 물가 상승세로 인해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고 한 발 물러서야만 했다. 1970년대 이후 한 번도 본격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던 인플레이션 덕분에 이번 물가상승에도 연준이 ‘일시적인 현상’이라며 오랫동안 지켜만 보고 있었던 이유가 될 것이다.
인플레이션,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1. 서머스의 조언
전 미국 재무장관 서머스는 인플레이션에 대한 경고와 함께 이에 대한 해결책도 함께 제시했는데, 실제로 지금 미국 정부와 연준이 해야 할 행동들과 대부분 일치한다. 서머스는 다음과 같이 3가지의 방안을 앞서 제시했다.
“2021년 5월. 4월의 미국 소비자물가가 월가의 예상을 훌쩍 웃돌았다. 래리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이 이를 경고했다. 미국은 향후 1~2년간 경기 과열(overheating)
이라는 큰 리스크에 직면할 것이라고 하면서 세 가지 해법을 공개했다.
1. 인플레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마주하고 이에 대한 대중들의 미래 기대를 누그러뜨려야 한다. 인플레 기대가 높으면 실제로도 상승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연방 실업수당 추가 지급은 연장하지 않겠다고 발표해야 한다.
3. 코로나 19 구호 기금을 분배하는 속도를 늦춰야 한다.”
서머스는 이처럼 앞서 연준이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인 것이며 곧 가라앉을 것이라는 태도에 대한 경계를 밝혔었다. 대중들이 인플레이션이 계속될 것이라는 ‘기대’는 인플레이션을 실제로 ‘일어나게’ 만든다. 대중들의 기대심리를 없애는 것이 인플레이션을 가라앉히는 데에 실제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과도한 실업수당이나 구호 기금도 지급하지 않겠다는 사실을 사전에 미리 공표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래야 사람들이 언제부터는 더 이상 지원금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일자리를 구하기 위한 취업 준비를 미리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에는 정부와 중앙은행의 정책 이외에도 수요와 공급에 관한 문제가 있었다. 공급에 대한 이슈에는 다양한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공급 이슈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다.
2.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임금 상승
지난 뉴노멀 시대 동안에 연준은 주가가 하락하지 않기 위해 전폭적인 지지를 해왔다. 덕분에 주식이 안정적인 자산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어 왔고 이를 통해 자산을 증식한 사람들의 자발적인 퇴사율이 급격하게 증가했다. 그리고 이는 노동력 부족으로 인한 임금 상승으로 이어졌으며, 비탄력적인 노동시장의 특성상 한 번 올라간 임금은 다시 내려오기가 힘든 경향이 있다.
연준의 긴축정책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줄 것이고 이는 근로자의 일자리 복귀를 기대하며 임금의 상승에도 제한을 줄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도 안정화가 되면 일자리 복귀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3. 국제유가 급등
원자재 가격 상승도 인플레이션의 원인 중 하나였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 문제가 되는 것은 성장을 둔화시키는 동시에 물가를 상승시키기 때문이다. 경기 둔화의 원인이 되는 대부분의 요소들은 수요가 줄면서 물가도 같이 내려가기 마련인데, 원자재는 공급이 부족하면 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되면서도 물가를 상승시키는 특이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이러한 특이점 때문에 해결하기가 굉장히 어렵지만, 반면 한 번 문제가 완화되기 시작하면 성장 둔화가 풀리면서 동시에 물가도 내려가는 효과를 같이 볼 수 있다.
4. 미·중 관세 분쟁
2018년 트럼프 정부에서 시작된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인한 관세도 인플레이션 압력의 요소 중 하나이다.
인플레이션, 분산 투자의 중요성
“계란을 한 바구니 담지 마라”라는 말은 이미 너무나도 잘 알려져있다. 분산투자는 큰 수익을 한 번에 얻지 못하고, 지루하고 오래 걸리더라도 위험성은 줄고 안전성은 늘릴 수 있는 투자 방식이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때에는 분산 투자도 조심해야 한다. 무조건 나누는 것이 아니라 어떤 것을 어떻게 나누는지가 중요하다. P.334
안정적인 자산으로 잘 알려진 투자 중 하나는 바로 채권이다. 저물가 저금리 시대가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채권은 안정 자산으로 꽤 각광 받아왔다. 그러나 수십 년 만에 찾아온 인플레이션과 고금리로 인해 채권의 흐름도 변하고 있으므로 이를 주의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알아두어야 할 것은, 채권 금리는 예금 금리와 다르다는 것이다. 채권 금리는 채권 수익률과 같은 것이며, 이자소득과 매매차익을 모두 환산한 수익률을 뜻한다. 채권 매매는 처음 발행될 때 표면금리(은행 예금금리)가 만기까지 고정되서 나오는 1차시장과 채권을 사고 팔 수 있는 2차 시장(유통시장)으로 나뉜다. 만약 2차 시장에서 1차 시장에서 구입한 가격과 다른 금액으로 매도하게 되면 만기 때 수익률이 달라질 것이고, 이러한 매매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붙지 않는다. 만기 때 이자에 대해서는 15.4%의 세금이 부과된다.)
경기가 좋고 안정적인 국가에서는 주식이 오르면 금리도 오르고, 주식이 내려가면 금리도 같이 내려가는 모습을 보인다. 금리의 상승은 채권 가격의 하락을, 금리의 하락은 채권 가격의 상승을 뜻한다. 하지만 2020년 코로나19 사태, 2008년 금융위기처럼 주가가 하락해도 국채금리는 상승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렇게 되면 주식과 채권 두 종목 모두에서 손실이 발생하는 것이다. 즉, 주가와 금리가 함께 움직이면 주식과 채권의 분산 투자 효과가 있는 것이고, 반대로 움직이면 분산 효과가 크지 않게 된다.
주식과 채권 이외에도 원유 등의 원자재, 금, 달러 투자의 적절한 분산투자도 중요하다. 분산투자에는 이처럼 자산 분산 뿐만 아니라, 국가(국내, 미국, 신흥국, 아시아 등) · 섹터(바이오, IT, 소비재, 산업재 등) 및 종목의 분산, 통화(원화, 달러)의 분산, 시점(매월, 매분기, 적립식 투자, 분할 매수 등)의 분산으로 나눌 수 있다. 포트폴리오 구성에 대한 투자론 공부도 필요하다.
2020년 이후 글로벌 자산시장 (p.369)
- 코로나 직후 찾아온 급격한 디플레이션.
- 연준의 양적완화와 함께 주식과 채권으로 돈이 흘러가기 시작하면서 주가가 상승하기 시작한다. 금리는 역대 최저를 유지하며 주식시장의 강세와 채권의 강세가 보여진다.
- ‘고성장, 고물가’의 양상을 보인다. 트럼프, 바이든 정부의 계속되는 양적완화로 주가 상승세가 계속된다. 주가는 가치주가 상승세를 보였고, 국채금리의 급격한 상승으로 채권가격이 하락하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이 이어졌다.
- 물가는 고공행진을 하지만 금리는 하락하고 있다. 물가 인상이 일시적일 것이라는 믿음이 ‘고성장, 저물가’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 인플레이션이 지속되자 금리가 치솟기 시작하며 ‘저성장, 고물가’의 모습이 보인다. 채권금리가 크게 뛰어오르면서 채권 투자자들의 손실도 늘어났다. 반면 원자재 투자의 성과는 좋았다고 볼 수 있다.